호주 세입자들은 두려움 속에 산다

호주의 세입자들은 임대주택에서 쫓겨나지 않을까, 집세를 올리지 않을까, 블랙리스트에 올라 장차 셋집을 얻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 속에 살고 있으며 많은 이들이 너무 두려운 나머지 기본적인 수리조차 요청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호주 최초의 전국 세입자 조사에서 나타났다.

소비자단체 초이스와 전국 쉼터(National Shelter) 및 전국세입자단체협회가 공동 실시한 이 조사에서 한 응답자는 "내 친구는 우리가 세들어 살던 먼젓번 집 아래층의 수리를 전화로 요청했다가 호통을 당했다. 그건 하수도가 터진 것이었다"고 전했다.

전국 1005명의 세입자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 지난주 공개한 조사 결과 치솟는 가격 때문에 주택 소유 대열에서 무기한 밀려난 많은 사람들을 포함해 급속히 증가하는 세입자 인구 중에 불안감이 만연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응답자는 "내가 형편이 된다면 당장이라도 집을 사고 싶다"면서 "3개월마다 낯선 사람이 찾아와서 집안을 들여다보겠다고 하지 않을 그런 나의 작은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나의 소득을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 현재 학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여성은 "아이들은 지붕 아래에 머리를 두어야 한다"면서 "나는 직장 가까이 하우스나 아파트를 살 수 없고 멀리 떨어진 지역(말하자면 퀸슬랜드의 홍수가 잘 나는 서민 주택가)에나 가능하지만 이는 훨씬 더 스트레스와 노고가 심하고 문제 많은 학교와 마약, 범죄 등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세입자는 융자계약금을 적립할 만큼 많이 벌지 못해 "주 단위로 근근히 살고 있다"면서 "예전에 좀 싼 집을 빌려 살았지만 주거환경이 안락하지 못해 좀더 비싼 집으로 옮기면서 여전히 적립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조사 대상자들은 2명 중 1명이 주택임차 신청 시 통상 나이나 정부 수당을 받고 있다는 사실, 또는 어린 자녀들이나 애완동물이 있다거나 한부모라는 이유 등으로 차별을 겪었다고 밝혔다.

호주 인구 중 세입자 비율은 1994-95년의 25.7%에서 2013-14년에는 31%로 증가했으며 임대주택의 대부분은 소규모 투자자들이 제공하고 있다. 임대주택 시장에서 사회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15년 전의 5%에서 4% 미만으로 하락했다.

세입자의 거의 반수(48%)가 연간 3만5000불 미만의 개인소득을 갖고 있으며 37%가 35세 미만이며 43%가 10년 이상 세입자로 지내고 있다.

또 세입자의 과반수(53%)는 주당 201불 내지 400불의 집세를 지불하며 30%가 200불 미만, 16%가 400불 이상을 내고 있다.

세입자들은 반수 이상이 자기 집을 구입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렌트를 하고 있다고 말해 주택가격이 주택임차의 최대 요인으로 꼽혔다.

10명 중의 1명은 자기가 선호하는 위치에 거주하기 위해 임차를 했다고 밝혔으며 8%는 싸기 때문에, 7%는 유연성(라이프스타일) 때문에 세들어 산다고 말했다.

전국 쉼터의 대표 에이드리안 피사스키 씨는 "세입자들에게 주택구입능력은 극히 중요하지만 주택의 질과 안전 문제에 대한 고려 없이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투자부동산에 대한 네거티브 기어링과 자본이득세 할인 같은 "관대한 감세조치"가 주택시장을 왜곡시켜 가격을 부풀리고 실수요자보다 투자자에게 부당한 이득을 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세입자의 83%는 주택임차기간이 고정돼 있지 않거나 12개월 이내로 돼 있으며 5명 중 1명은 월 단위로 갱신된다.

전체 세입자의 반수(51%)는 3차례 이상 집을 옮겼으며 11번 이상 집을 옮긴 사람들도 10명 중 거의 1명꼴로 조사됐다.

현재 "긴급수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주택에 살고 있는 세입자는 전체의 8%, 긴급하지는 않지만 수리가 필요하다는 세입자는 30%에 달했으며 현 주택에 문제가 없다는 사람은 4분의 1에 불과했다.

세입자들이 최대의 문제로 꼽는 것은 해충(27%), 제대로 닫히지 않는 출입문이나 창문(24%), 페인트나 타일의 노후화(22%), 물이 새거나 넘치는 것(21%), 곰팡이(20%), 창문의 방충망 미설치(19%) 등이다.

보복에 대한 우려도 만연돼 있어 세입자의 50%가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것을 염려하고 있으며 14%는 역효과가 날까 봐 두려워 불만 제기나 수리 요청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국세입자단체협회 대변인은 "사람들이 렌트비 인상이나 퇴거조치에 대한 우려 때문에 중개사나 임대주에게 불만을 제기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면서 "여느 부문에서도 이렇게 부실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입자 중에는 긴급수리 요청을 했다가 답변을 듣는 데 1주일 이상 걸린 경우가 거의 4분의 1이나 됐으며 11%는 수리 요청를 한 후 렌트비가 인상됐다.

세입자들이 두려워하는 최대 우려사항은 렌트비 인상(42%)이며 다음은 퇴거통보의 두려움(23%), 부정적인 레퍼런스나 블랙리스트의 두려움(14%), 임차계약 갱신 불발의 두려움(14%) 등이다.

한 응답자는 "리스 계약서에 서명할 때 임대주가 집을 현상태 그대로 두고 간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렌트비를 올릴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이는 "퇴거를 당할까 봐 냉장고나 드라이어 교체를 요청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으며 "다음 번 주택임차 신청 때 부정적인 레퍼런스를 받거나 중개사가 앙심을 품고 블랙리스트에 올리지 않을까 두렵다"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이는 "내가 불만을 제기하면 다시는 렌트 오퍼를 받지 못할까, 그러면 새 집 렌트는 물론이고 이사 비용도 감당할 수 없게 되지 않을까 끊임없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혹자는 "언젠가 풀타임 일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쫓겨나 다른 셋집을 얻을 충분한 돈도 없고 갈 곳도 없어 노숙자가 되지 않을까" 두렵다고 했으며 혹자는 "임대주가 2차례 경미한 보수비용을 부담한 후 세입자를 두지 않겠다며 퇴거를 통고해 왔다"고 말했다.

호주 전국 세입자 실태

- 83%가 주택임대차계약에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거나 12개월 이내로 돼 있다.

- 세입자의 53%가 주당 201불에서 400불 사이의 집세를 내고 있다.

- 대도시 지역 세입자의 거의 반수가 주당 301불 이상의 집세를 내고 있다.

- 시드니와 멜번의 임대주택 중간 집세는 주당 480불이다.

- 긴급수리 요청 후 최소 1주일을 기다려야 답변을 듣는 경우가 21%에 이른다.

- 수리를 요청한 후 집세가 오른 경우는 11%였다.

- 세입자의 14%는 뭔가 불만을 제기하거나 수리를 요청하면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그렇게 하지 못한다.

- 세입자의 반수는 주택임차 신청시 차별을 당한다고 느끼고 있다.

news.com.au/ February 1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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